Living Sense · 2017.02 - Building a Home: The Adventure Begins
리빙센스 · 20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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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모험의 첫 시작
의식주를 완성해주는 정점, 많은 사람들이 집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집을 짓는 건축가가 일반인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직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고민,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집에 관한 꿈이 현재부터 가까운 미래로 다가와 삶의 중심이 되고 있다. 양진석은 그동안 건축가로서 일반에 세세하게 공개되지 않은 집에 관한 정보를 대중과 나누고 공유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집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 러브하우스를 런칭했다. 건축가가 전해주는 좋은 집짓기 노하우. 양진석이 궁금한 점들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은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를 설계해 이름을 알린 건축가 민성진이 답했다.
민성진 소장님은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하는 건축가로 일반에 알려져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주택을 더 많이 짓지 않았나요?
저희 건축사사무소가 문을 연 지도 올해로 벌써 20년이 조금 지났네요. 대중에게는 최근에 알려진 몇몇 프로젝트 때문에 대형 건축물을 많이 설계하는 건축사사무소로 알려져 있지만, 설립 초기에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주택이었어요. 실제로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주거용 주택을 짓지만 언론 매체에 소개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을 뿐이죠. 주택 설계는 건축가들이 입문하고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프로젝트죠.
집을 짓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은데요.
저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축가들 성향이 집을 지으려고 찾아오는 건축주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강해요. 일을 맡으면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요. 건축가들은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작업하고 구조, 설비, 전기 등은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많아 진행 과정에서 대부분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어집니다. 집을 설계하고 완성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위를 훌쩍 넘어 일이 매우 많아요. 젊은 건축가들이 특히 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일에 대한 열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죠.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눈앞에 결과물이 나타나거든요.
집을 지을 때는 무엇보다 건축주와의 소통이 중요하지 않나요?
건축가는 다양한 건축주들의 이상과 꿈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해요. 그 이상과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건축가야말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와요. 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건축가가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건축주와 건축가가 서로의 생각을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들어야 해요. 그 과정을 거쳐야 막연해 보이던 이상과 꿈이 콘크리트와 메탈 그리고 창호화 나무 같은 물리적 자재들로 바뀌며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죠. 그렇게 완성되어가는 꿈들을 보면서 지금 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일생 동안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지을 기회를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도 집은 일반인에게도 건축가에게도 매우 중요한 영역이죠.
맞아요. 요즘은 특히 집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요. 집값이 상승하고,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해요. 평생 집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집을 짓는 문제보다 집에서 살며 내가 얻고자 하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밖에 없어요. 본질적으로 집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떠올려 보세요. 집에 와서 내가 어떤 느낌을 받고자 하는지, 내가 곧 집이라고 가정했을 때 어떤 것들이 나에게 중요한 부분일지. 그것을 깨닫고 얻는 과정에서 취향에 맞는 그림을 걸거나, 식물이나 반려견을 집에서 키우기도 하죠. 집은 생명체와 같아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자기애가 적어서 황량함을 더 많이 느끼죠.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많은 편인데, 종종 그런 경험을 하곤 해요. 주인이 집에 대해 애정이 없으면 집 안에 있어도 황량함이 느껴져요. 그럴 때마다 집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곧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건축가로서 집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집은 자신과 같아요. 자신보다 허황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겸손할 필요도 없어요. 남이 집을 짓는 방식을 보고 따라 지을 필요도 없고요. 집을 새로 짓거나 지어진 집을 고를 때 기준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집을 짓거나 찾는 거예요. 제가 만난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시기에 집을 짓기 위해 절 찾아왔어요. 지금 사는 집이 나와 잘 맞지 않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나, 현재와 다른 새로운 집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방향을 결정 했을 때가 바로 그 시점이라 생각해요. 크든 작든 집이 자신이라고 생각했을 때, 자신을 어떻게 만들고 싶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모든 것이 자기 자신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집을 설계하면서 건축가 민성진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왜 집을 지으려고 하세요?”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건축주에게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으려고 해요. 그 답에서 집짓기의 성패가 결정되거든요. 왜 집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 삶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편이에요. 자신이 집을 지으려는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어요. 그동안 많은 주택을 지었는데, 모든 건축주들과 여전히 소통하며 친밀하게 지내는 것도 그분들에게 맞는 좋은 집을 지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축가로서 제안도 하나요?
저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관점에서 집을 설계해요. 건축주의 가족과 자리를 마련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 명 한 명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알아내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안하기도 해요. 건축가는 사람들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생활 방식을 제시해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사람들은, 익숙한 방식을 주택에 그대로 가져오고 싶어해요. 그런데 집을 지으면 많은 게 달라지잖아요. 빛의 방향이 동서남북, 심지어 천창에서 들어올 수도 있어요. 일률적인 빛의 위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이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 패턴, 아침을 맞는 집의 변화와 오후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층고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 등을 느꼈으면 하는 거죠. 물론 행복감은 주관적이기에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 통장에 쌓이는 물질적 행복감과는 비교되지 않는, ‘살아 있다’는 감각에 행복감이 더 많이 더해진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간이 주는 행복감을 박탈당한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집을 지으려면 비용도 무시할 수 없죠. 어떻게 비용을 배분하는 것이 좋을지, 예산이 많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고려하고 계획해야 할까요?
본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투자를 하는 것이 좋아요. 현실적인 예산을 고려한다면 기본 골격에 대해 더 많이 고심하는 편을 추천해요. 사실 콘크리트 구조체 등의 비용은 일정 부분 정해져 있지만 창호, 단열, 전기 배선, 배관 등은 꼼꼼히 따져 선택하는 게 좋아요. 집은 골격과 기본 틀이 우선이죠. 추후에는 변경하기 힘드니까요.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땐, 인테리어를 향후에 조금 더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게 현명하죠.
건축가 민성진을 세간에 알린 프로젝트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와 아난티예요. 최근 프로젝트가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이었는데, 실제로 건축가 민성진의 공간을 구매하는 사람이 꽤 많죠? 실내에 들어가 보니 일반적인 주거 공간과는 시각이 다른 점들이 한눈에 들어오던데요.
리조트는 집과 다른 새로운 매력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에요. 집에서의 공간이 현실이라면, 이곳은 집과 다른 주방, 욕실, 침실, 거실의 크기와 배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죠. 아난티에서는 우리가 흔히 할 수 없는 새롭고 멋진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어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와 공간을 구성하는 데도 정성을 들인 곳이죠.
보통 리조트와 다르게 통창을 쓰지 않고 다이닝 테이블도 인상적이었고요.
아난티 펜트하우스가 오픈하고 저희 가족이 여러 차례 방문을 했어요. 고등학생인 아이들이 집에서는 아빠와 별 말을 하지 않은데, 그곳에만 가면 달라져요. 특히 아빠인 저와의 대화가 많아져요. 환경이 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집에서는 한 공간에 있어도 일상적인 대화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익숙했거든요. 리조트의 실내는 다이닝 테이블이 주인공이에요. 다이닝 테이블 위에 자연스럽게 모여 앉아 두런두런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건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것도 건축가인 제 역할이죠. 제 아내는 요리를 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다 보니 주방에서도 테이블의 배치와 동선을 포함해 모바일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게 당연해졌어요. 리조트뿐 아니라 이를 주거 공간에 연결해 각 실의 역할을 다시 재정의할 필요가 있는 거죠.
민성진 소장님이 생각하는 내일의 우리 집, 우리가 앞으로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이전보다 집의 위치가 자유로워졌어요.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통신망이 확충돼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일을 하는 데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거든요. 또 공간을 떠올려보면 아파트에서 주방은 일반적으로 햇볕이 들지 않는 북쪽이나 환기가 어려운 위치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주방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주방이 남향으로 설계된 미래지향적인 구조를 생각하게 되요. 멀티태스킹이 일상화된다면 소통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기능적인 부분까지 반영해 공간의 위치가 달라져야 해요. 침실은 밤에 들어와 잠자는 공간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되 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잠을 푹 잘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도록 기능적인 자재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침실 이외 다른 공간에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설계 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주며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죠. 제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요. 앞으로는 더욱더 일과 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될 수 밖에 없어요. 집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